2015년 정부 주도로 ‘초연결지능망(HIN)’ 구축을 목표로 한 새로운 네트워크 발전 전략이 논의됐었다. AI와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으로 대변되는 핵심 지능정보기술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이에 걸맞은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했던 ‘K-ICT 초연결지능망 발전 전략안’에 따르면 초연결지능망은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기가급 속도와 커버리지를 기반으로 전국 어디서나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연결시키는 ‘초연결’ 기능과 이용자 요구에 맞춰 속도와 품질, 보안 등 가용자원을 유연하게 할당, 제공하는 ‘지능망’이 결합된 네트워크다.
두드러진 부분은 속도뿐만 아니라 품질과 보안성까지 갖춰 더 빠르고, 유연하고, 안전하면서도 사람과 사물을 아우르는 확장성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시 5년여 기간에 걸쳐 추진되는 중장기 사업으로 예산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제대로 추진됐다면 우리나라가 1990년대 추진했던 초고속정보통신망(KII)전략과 2000년대 중반 이후 진행한 광대역통합망(BcN)∙융합망(UBcN)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굳혔던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를 갖춘 ICT 선도국가’임을 다시 세계에 알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식 추진도 안된 ‘초연결지능망(HIN)’전략을 새삼 떠올린 까닭은 최근 시스코가 ‘스스로 판단하고 진화하는 네트워크(The Network. Intuitive)’ 전략을 발표한 것에 있다.
새로운 시대와 환경을 이끌어가는 시스코 솔루션
시스코는 최근 “마치 사람처럼, 의도(Intent)에 따라 스스로 동작하고 상황(Context)을 이해해 판단하며 직관력(Intuitive)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인텐트 기반 네트워크 솔루션(Intent-Based Networking Solution)’을 선보였다.
‘초연결지능망’ 전략이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지능형 네트워크로의 발전이었다면, 시스코가 발표한 새로운 네트워크는 시스코가 지난 20여년 간 주력사업 분야로 지켜온 기업 및 캠퍼스 네트워크 환경을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게 재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스코는 지난 1994년 ‘카탈리스트’라는 스위치를 출시한 뒤 20여 년 간 현재의 전 세계 기업/캠퍼스 환경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온 주역이다. 1984년 상용 라우터를 최초 출시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시스코는 현재의 네트워크, 인터넷 세상의 기반을 만드는데 중추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스코가 새로운 네트워크를 선보인 배경에는 전통적인 네트워크 기술과 관리방식으로는 지능정보시대에서 창출되는 여러 상황, 즉 폭증하는 연결기기,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 트래픽, 위협 환경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지능적이고 안전한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것이란 얘기다.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하고 진화하며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네트워크가 바로 ‘직관적인 네트워크’이고, 이러한 네트워크가 구현돼야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스코 수장이 소개하는 네트워크의 새로운 시대
지난달 열린 연례 최대 고객 행사인 ‘시스코 라이브(Cisco Live)’에서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척 로빈스 CEO는 ‘시스코 라이브’ 기조연설에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변화를 바라보고 있다. M2M으로 연결된 기기의 수가 연결된 전화나 태블릿 수를 이미 앞지르는 변곡점에 도달했다. 이러한 현상은 수백억 개의 기기가 분산되고 연결되는, 즉 급격히 팽창하는 세상을 예고하고 있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AI와 머신러닝으로 과거에는 상상치 못한 수준으로 연결된 기기 간 생성되는 대규모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 있게 됐다”라면서 “이러한 변화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이 있다. 먼저, 전례 없는 수준의 규모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척 로빈스 CEO는 “2020년 매 시간 백만 건의 연결이 새롭게 생성되는 환경에서 네트워크 담당자는 전례 없는 수준의 변화해 발맞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복잡성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라면서 “성능을 더하거나 연결 규모가 늘어나도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현재의 연결된 기술의 한계로 비즈니스 발목을 잡아서도 안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코는 이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하고 지능적인 플랫폼을 제시하고자 한다”라면서 “지난 20여년 간 구축해 온 네트워크에서 얼마만큼의 데이터가 네트워크 상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분석하고 보안이 네트워크 구축 핵심 단계에서부터 반영된 ‘시큐리티 에브리웨어(Security Everywhere)’를 구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척 로빈스 CEO는 “직관력을 가진 네트워크의 시작점은 인텐트(의도), 즉 대규모 자동화이다. 보안 메커니즘을 실행하거나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 역시 네트워크가 인사이트를 확보해 문제를 찾아내고 상황 정보를 제공해 신속하게 해결, 사업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코는 새로운 네트워크의 다양한 구성요소(DNA센터, 소프트웨어정의액세스(SDA), ETA(Encrypted Traffic Analytics), 네트워크데이터플랫폼(NDP), 카탈리스트 9000 스위치)를 올해 연말까지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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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로빈스 CEO는 “새롭게 발표한 기술과 변화는 지금부터 추진해 나중에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니다”라면서 “자체 시험은 물론 75개 주요 고객사가 이미 우리 솔루션을 필드 테스팅하고 효용성을 검증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솔루션과 플랫폼은 모두 준비가 완료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능적이고 안전한 네트워크, 직관적인 네트워크는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재 구현 가능한 실제적인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척 로빈스 CEO는 기업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 네트워크에서도 대규모 자동화 역량을 구현하고, 분석 결과와 인사이트를 통해 높은 보안이 보장된, 그리고 능동형 데이터로 스스로 진화하며 개선하는(self-healing) 네트워크를 제공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기업 네트워크 환경 변화에 그치지 않고 통신사업자 네트워크를 포함해 모든 유형의 네트워크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이번 발표로 지난 20~30여 년 간 구축하고 사용해 온 네트워크를 초연결과 지능정보화 시대에 맞게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수준으로 전환하기 위한 도전은 시작됐고, 포문은 열렸다.